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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텐아시아(10+Star) 11월호 - 오롯이 서현의 시간 : “앓아 누웠어요! 긴장하고 있다가 몇 달만에 풀렸는지 몸살에 걸렸어요.” MBC 드라마 '시간' 종영 이후 어떻게 지냈냐고 하자 서현이 씩씩한 웃음과 함께 내놓은 답이다.



INTERVIEW 오롯이 서현의 시간

소녀시대 서현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시간'에서 동생과 엄마를 연이어 잃고 분투하는 설지현을 연기했다. 설지현의 분투는 서현의 분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 배우 김정현이 건강상의 문제로 중도 하차해 혼자서 극 후반부를 이끌었다. 지난해 SM이라는 오랜 둥지를 나온 후 주도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고 있는 서현. '국민 걸그룹'의 막내도, 남자 주인공의 사랑이 필요한 여주인공도 아닌, 오로지 서현으로 빛나고 있다.




Q: '시간'이 종영했다. 끝나고 뭐했나.
A: 앓아누웠다. 몇 달 동안 긴장하다가 쉬니까 긴장이 풀렸는지 몸살이 났다. 일주일 정도 누워있었다. 지현(서현)을 떠나보낸 지는 3일 정도 됐다.

Q: 상대 배우 김정현의 하차가 아쉬웠겠다.
A: 건강상의 이유니까 내가 할 말은 없다. 아쉬운 건 멜로드라마의 장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다음에는 멜로도 하고 밝은 것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김정현 씨는 내가 대본을 받았을 때 딱 '천수호(김정현)가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모습을 다 연기해줬다. 천수호와 설지현의 호흡은 좋았다.

Q: 결말도 바뀌었는데, 힘들지 않았나?
A: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다.(웃음) 무엇보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제 주인공은 나 혼자니까, 내가 못하면 작품이 망하겠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너무 많이 느껴졌다. 모든 걸 걸고 했다.

Q: 후반부로 갈수록 수척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A: 일부러 살을 뺀 건 아니었는데, 3kg 정도 빠졌다. 캐릭터에 집중하니 밥도 잘 안 먹게 돼서 그런 것 같다. 슬픔의 깊이를 표현하는 작품이라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데, 나만의 공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부탁을 드려 촬영 동안에는 나 혼자 생활을 했다.

Q: 설지현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안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다.
A: 그러게나 말이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설지현이 내 인생 같았다. 캐릭터와 나의 경계를 안 두려고 했다. 이전에 촬영할 때는 딱 집중해서 하고, 다른 걸 할 때는 다른 것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소녀시대 활동 당시에는 아무리 내가 집중한다고 해도 두세 가지 일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이번에는 다른 건 거의 하지 않고 촬영에만 집중했다. 설지현의 감정 상태를 평소에도 유지했다. 사람들을 잘 못 만났고 만나도 밝게 웃지 못했다. 설지현으로 사는데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게 될까?' 했다.

Q: 설지현은 아주 가난하고 모든 것을 잃은 여성인데 연예인은 멀리서 보기엔 화려하다. 어떻게 공감할 수 있었나?
A: 처음부터 경계를 두고 연기하지 않아서 그런지 연기를 하면서 아주 많이 공감하게 됐다. 소녀시대 활동을 했지만 모든 순간이 밝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이 모르는 슬픔과 아픔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가져와 설지현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속 '이게 내 인생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굳이 더 많은 분석을 하지 않아도 내 감정이 먼저 동요됐다.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아, 내 인생 왜 이럴까'라고 생각할 만큼.

Q: 어려운 역할인데 굳이 하려고 했던 이유는?
A: 가장 큰 이유는 감독님이었다. 전 작품인 '도둑놈, 도둑님'(MBC)을 공동 연출한 감독님인데, 연달아 연락을 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에게는 입봉작이라 중요한 작품인데 나를 믿어줬다는 게 더욱 고마웠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도 어려운 건 당연히 어려워 보였지만 그 이상의 매력이 있었다. '시간'이라는 주제도 그랬다.

Q: 시청률에 상관없이 호평이 많았다.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에는 공감하나?
A: 진짜? 그렇다면 감사하다(웃음). 소녀시대로 활동을 오래 해서 대중에게는 아무리 내가 드라마에 나와도 소녀시대 서현으로밖에 안 보일 것 같았다. 이걸 깨는 게 모든 아이돌들에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생 캐릭터'라고 말씀해주시니 감개무량하다. 덕분에 앞으로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도 많이 내려놓고 한 거다. 화장도 거의 안 하지 않았나.(웃음)

Q: 드라마 끝나고 리프레시(refresh)는?
A: 드라마 끝나고 나서 바로 다음날 제주도 행사를 갔다. 거기서 좀 쉬다 왔다.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카트 타고 말도 타고 뭐도 해야지'라고 했는데 그 마음으로 앓아누웠다. 그래서 더 회복된 것 같다. 소녀시대로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늦으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잘 때도 예민하고 항상 곤두서게 된다. 스케줄도 많고, 인원도 많고, 빨리 일어나서 씻어야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아파서 그런지 한 번도 안 깨고 잘 잤다. 캐릭터를 보내주는 건 어려웠지만 억지로 떠나보내는 대신 천천히 보내주려고 했다. 가장 큰 힐링은 강아지였다. 산책을 하고, 내가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는 대상이 나에게 위로가 됐다.

Q: SM을 나와 홀로서기를 한 지 1년이 지났다. 만족하나?
A: 만족스럽지만 아직까지는 어렵다. 워낙 좋은 환경에 있다가 혼자 하는 거니까. 내 선택으로 인한 것들이 모두가 내 책임이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주변에서 말하는 게 없으니까 어려운 동시에 행복하다. 내가 주도적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고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Q: 한 인터뷰에서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추천했다. 자신에게 행복이란?
A: 어렵다.(웃음) 행복은 그냥 선택인 것 같다. 별거 없더라. 거창한 것도 없고, 이 순간순간이 행복하면 좋은 것 같다. 나중의 행복을 위하여 지금의 뭔가를 참는다는 생각을 예전에는 많이 했다. 그 생각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 순간들이 모여서 내 인생이 되는 거라면 최대한 행복한 순간을 만들고 싶어졌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더욱 여유가 생겼다.

Q: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평양에도 다녀왔다. 왜 자신이 초청된 것 같나?
A: 내가 왜 갔는지는 진짜 모르겠다.(웃음)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해봤다.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항이라 거절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게 연락을 해준 게 놀라웠다. '왜 나에게, 뭘 보고 이런 중요한 연락을 하셨을까' 해서 감사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무대에서 실수라도 하면 망신을 당하는 거 아닌가. 어깨가 무거운 일이라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나를 믿고 불러주셔서 책임감을 느꼈다. 한 곡만 빼고는 부를 곡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리허설도 못하고, 프롬프터도 없어서 노래를 외우느라 정말 10년 치 집중력을 다 썼다. '잘못하면 망한다. 내가 국제 망신 일으킬 수 있다'고 되뇌면서 했다.

Q: SM을 나온 2017년은 터닝포인트였다. 자신에게 2018년은 어떤 의미인가?
A: '성장'이다.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그동안의 연기와는 차별화될 정도로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하게 됐고, 그 과정을 통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지난해는 새로운 것을 눈앞에 둔 설렘과 긴장, 두려움을 함께 갖고 있었다면 올해는 좀 더 실천하고 경험하면서 한 단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무너져 볼 수도 있고 뭔가가 닥쳐왔을 때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글. 유청희 기자
✱사진. (주)한신엔터테인먼트 제공